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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2년간의 턱관절 치료 / 스플린트 착용 후기_첫번째

by 이월일일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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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1일.

자고 일어났는데 턱이 안 벌어지는 듯했던 공포는 아직도 또렷하다.

자취를 하고 있던 때라 괜히 너무 공포스러웠다.

당시에는 이대로 턱이 빠져버리는 게 아닐까를 진심으로 걱정했었다.

(다행히 턱 빠져 죽은 사람은 없다는 게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턱이 고장 나버린 듯한 기분은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모른다.

식욕은 물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의지마저 사라지는 듯한 기분.

내 턱도 제어할 수 없는데 앞으로 도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턱이 아픈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ㅋㅋㅋ

돌이켜보면 너무 웃기지만 저 때는 진심으로 심각했었다.

 

내 안면이 의지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느낌은 멘탈까지도 건드린다.

아픈 감각도 여태껏 겪어왔던 일반적인 통증과는 다르다.

이곳이 아프다, 특정할 수 없이 턱 부분이 조이듯이 아파온다.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영역에서의 통증?

뼈 안쪽에서부터 균열이 간듯한 느낌이랄까?

 

여하튼 바로 다음날 연차를 내고 갈 생각에 치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반 치과가 아닌 턱 전문 병원이어야 했다.

서울에 '턱관절 전문 치과'라는 이름을 건 거의 모든 치과의 후기를 찾아보았고 적합하다 싶은 세 군대에 전화를 걸었다.

내 증상을 보지 않고 유선상으로 해주실 수 있는 상담은 한정적일 것이기에 큰 기대 없이 전화로 증상을 말씀드리고 간단한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고심끝에 한 곳을 골라 예약했다.

그 당시 지금의 치과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원장 선생님께서 만성 턱 통증 환자라는 것 때문이었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다른 통증과는 다르게 아파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힘든 그런 아픔이다.

스스로의 턱 통증을 치료하고자 턱 전문 치과 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믿음이 갔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전화한 치과 중 유일하게 나에게 괜찮을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준 치과였기 때문이었다. 많이 당황스러우셨겠다고. 아마 지금 이렇게 말씀을 하고 계신 걸 보면 크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닐 거라고 나를 달래주셨다.

 

나는 또 이런 거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라.. 조금 멀리 위치한 치과였지만 이 병원을 가기로 결심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도 굉장히 만족하며 다니는 중이다.

 

-

 

7월 12일 처음 내원하자마자 아픈 강도를 체크하셨다.

"10이 죽을 것 같다! 하는 거라면 얼마만큼 아프세요?"

"저 9요.. 정말 거의 9입니다.."

이때부터 내가 조금 쫄보라는 걸 눈치채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내 아픔을 공감해주시며 치료를 진행해주셨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병원의 세 가자 원칙 중 하나가 '환자가 아프고 불편하다면 그런 거다'라고 한다.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턱 사진을 찍고 턱 통증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중할 때 이를 꽉 물거나, 자는 도중 이를 가는 행동이 이유이며, 이 모든 습관을 가지고도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아픔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턱 통증은 정말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싶어 기분이 좀 나아졌다.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약물 치료 / 물리치료 / 스플린트 치료 중 환자에게 가장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고 하셨다.

여기서 스플린트란 마우스 피스 같이 생긴 치아 절반을 덮어주는 투명한 장치로, 이가 갈리는 것을 막아주고 꽉 다무는 습관으로 인해 변형된 턱관절의 위치를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약을 처방받을 건지 스플린트를 제작할 것인지 선택권을 주시는데, 나는 무의식 중 이를 꽉 다무는 습관과 자면서 이를 가는 습관을 두 개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스플린트 치료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두 번 다시 턱 통증으로 인한 맥락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강력했다.

첫 방문날 바로 내 치아를 본뜨고 일주일 후에 찾으러 오기로 했다.

 

그게 지금까지도 항상 내 침대 옆에 있는 스플린트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약간 극혐일 수도 있지만 그 날 본뜬 내 치아? 사진을 첨부하면서 일편을 끝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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