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30
자가격리 이틀째.
아침에 눈이 일찍 떠졌다. 생각보다 개운하게 푹 잤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제는 퇴근하고 그냥 집에 있는 게 원래의 일정이기도 했었다. 그러니 개운하지 않을 리가.
오늘은 코로나 검사를 하고 왔다.
무려 1년 반이 넘게 그런 것과는 무관하도록 철저하게 살았는데.. 오죽하면 주위 사람들이 별명으로 K-방역정이라고 불러주셨는데, 괜히 건강해지려고 요가 한번 갔다가 이런 일이 생겨버려 분하기도 하고 유감스럽기도 했다.
삼초면 끝나는 일이고 아이들도 한다고 하니까 나도 뭐 하겠지(?)라고 애써 가볍게 생각하며 자전거를 타고 보건소로 향했다.
오전 9시를 맞춰 갔어야 했는데 애매하게 9:20쯤 도착했더니 한 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애매하게 늦은 사람들의 비애였다.
주변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나왔는지 굉장히 어려 보이는 아이들과 함께인 가족들이 많았다.
가자마자 뭘 해야 하는 건지 이 줄에 자가격리 대상자인 내가 합류해도 되는 건지 확신이 없었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결국 보건소에서 보건소에 전화했다.
자가격리 대상자이며, 지금 보건소에 도착했는데 보이는 줄에 서서 검사를 받아도 될지를 물었더니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줄의 끝을 찾아가서 줄을 섰다. 내 뒤로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늘어났다.
내 바로 뒤에는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계셨는데 한 걸음씩 줄이 줄어들 때마다 인간적으로 너무 가까이, 거의 남이 보면 일행인가? 싶을 만큼 내 뒤로 바짝 줄을 서셨다.
일부러 나는 앞사람이랑 대놓고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도통 나의 거리두기를 눈치채지 못하시는 듯 보여서 할 수 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분이 들으실 수 있도록 내가 어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인데 지금 엄청 많은 인파 속에 코로나 검사하러 줄을 서있다고 출근길인 친구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바로 두 걸음 정도 뒤로 가시더니 줄이 끝나는 1시간 동안 거리두기를 유지해주셨다.
이런 해프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은 천천히 줄어들었고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지루하고 더웠다.
코로나 검사에 대한 두려움이고 뭐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할 때쯤 문자가 왔다.
드디어 뭔가 관리받는 느낌?
문자 아래 어플을 다운받으라는 연락이 오는데 아래 네모 표시해둔 어플이었다.
혹시 헷갈릴까 봐 파란 지붕이 그려진 어플이라는 것까지 상세하게 문자에 나와있었다.
어플을 설치하고 기본 정보를 적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아래와 같은 알림이 왔다.
나는 쫄보라 행여 오해를 받을까 봐 바로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드렸다.
어제 저보고 9시에 보건소 가라고.. 그래서 지금 보건소 웨이팅 중인데 이런 알림이..
담당하시는 분이 안심하라며 집에 가서 다시 어플을 켜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혹여나 오해받을까 30분 거리를 전속력으로 거의 20분 정도만에 도착했다.
코로나 검사 과정은 상세하게 적자면 줄을 서고 내 차례가 되면 무슨 종이를 같이 적는데 이름, 나이, 직장, 접촉 경로 등을 적는다. 적을 때 일대일로 담당하시는 분이 내가 뭘 적는지 같이 봐주시니 어려울 건 한 개도 없었다.
그리고 그 종이를 들고 정해진 방향대로 가면 그 종이를 제출하고 무슨 통을 받게 되는 게 그 통을 들고 코로나 검사하는 곳에 줄을 서면 된다.
아주 커다랗게 뚜껑을 열고, 통을 정해진 위치에 두고, 입을 벌리고, 코를 가까이 대고, 뚜껑을 닫고 집에 가면 된다고 사진이 붙어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너무 대수롭지 않게 뚜껑을 열고 입을 벌리고 코를... 아니 누가 3초 안에 끝난다고.
코에서 면봉을 한 바퀴 돌리시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솔직히 솔직히 아픈 거는 아니었다 다만 기분이 언짢다. 안 좋다는 단어보다는 언짢다는 게 딱이다.
여하튼 뭐 거기서 기분 나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뚜껑 닫고 마스크 쓰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자전거 타고 집에 갔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데 자가격리 끝나기 전인 9일에 또 오라고 했다.
그땐 진짜 9시 전에 가서 누구보다 빠르게 끝내고 와야겠다.
요가원은 발 빠르게 자가격리 중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셨다.
요가원의 잘못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요가원 방문으로 자가격리를 겪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으신 듯하다.
여튼 빠르게 만들어주신 프로그램이니 만큼 가급적 참여하려고 하지만 당장 내일 아침이라고 하니까 뭔가 부담스럽다.
줌은 친구들과 모임 때 말고는 켜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뭐 일단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집에서 할 일도 없는 상황이니.
책이나 가득 읽어야지 생각하며 펼쳤는데 아직 반도 못 읽었다.
부지런히 봐야지.
오늘은 보건소에서 총 두 번 연락이 왔다.
한 번은 담당 공무원분이 보건소에 다녀왔는지랑 자가격리 어플을 받았는지 확인 겸 2차 검사를 언제 받을 건지에 대한 연락이었고, 9일이라고 날짜를 지정하고 나니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연락이 와서 9일 코로나 검사하러 외출하기 전에 그 번호로 검사하러 간다고 문자 남기고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또 결과가 나오면 결과도 그 번호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010으로 시작해서 안 받을까 했는데 보건 소일 수도 있으니 당분간은 받아야 하는 것 같다.
21시쯤 위와 같은 문자도 받았다.
예시도 디테일하고 이렇게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다.
사실상 이제부터 9일까지는 특별한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기록은 계속해볼 예정이다.
나와 같이 어느 날 갑자기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아주 아주 나중의 스스로를 위해서!
그럼 자가격리 이틀 차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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